더할 나위 없이 친하지만 결국 완벽한 타인이다.
친구 또는 내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 더할 나위 없이 친하지만 결국 완벽한 타인이다. 영화는 달을 비춤으로 그 구분을 하고 있다. 당신이 가장 믿고 신뢰하는 사람이지만 결국 타인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지 알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영화 '완벽한 타인'은 극단의 끝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 근처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공감을 유도한다. 맞장구를 칠 때도 있고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는 영화지만 그것이 우리 인생이라고 이야기하는 듯이 말이다. 사건이 점점 터질 때마다 감각은 무뎌지기 시작한다. 이건 뭐 막장의 끝이라고 봐도 무방한 비밀들이 자꾸 터져 나온다. 그러나 그 표현의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한 순간도 놓치기 싫다. TV 토론처럼 각각을 비추고 있는 카메라는 인물들의 특징과 개성을 잘 살려주고 있다. 아마 마음속으로 관객은 생각할 것이다. 과연 이 상황이 되면 나는 핸드폰을 모두에게 오픈할 수 있을까. 내가 감추려 했던 모든 것들이 핸드폰 속에 있는데 당신은 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감독은 일상에서 대충 예상은 하지만 영화로 표현하기 딱딱하고 불편한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공간은 극히 제한되어 있는데 내용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더구나 영화에 얼굴을 비추는 배우들은 베테랑이다. 두 번 세 번 봐도 시나리오가 탄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친구들의 저녁식사 대화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상황을 만들어 편안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그저 우리 일상처럼 평범한 친구들의 저녁식사 대화가 배경이다. 부부는 집들이 준비가 한창이다. 아내 '예진'은 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성인이 된 딸을 옹호하고 예진은 쉽게 진정할 수가 없었다. 집들이에 참석하기로 한 부부 중 한 명인 '태수'는 늘 짜증이 나 있었다. 그의 아내 '수현'은 시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이동을 하면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또 다른 친구인 '준모'의 아내 '세경'이 있고 이들은 그와 반대로 잘 지내고 있었다. 이렇게 그들 간의 사적인 내용은 숨긴 채 집들이는 시작된다. 수현은 집 구경을 하며 예진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슬슬 준비를 서두른다. 그 사이 또 다른 친구, '영배'가 등장하고 여자 친구와 함께 오기로 한 영배가 혼자 오자 친구들은 실망하지만 그래도 그를 반긴다.
떳떳하다고 말하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비밀
영화는 독특한 설정을 갖는다. 모두가 떳떳하다고 말하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비밀이 휴대폰을 통해 하나씩 드러난다. 전개는 문자 하나에 사생활이 박살난 친구 이야기를 하던 중 예진이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비밀이 하나도 없다고 다들 별거 없단 식으로 이야기하자 예진은 제안을 한다. 다들 핸드폰을 모두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저녁 먹는 동안 내용을 모두 공유하자는 내용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저녁식사에서 각자의 표정을 숨긴 채 이들은 게임을 시작한다. 나가려던 '소영'이 '석호'를 불러 따로 이야기하던 도중 석호의 핸드폰으로 도발적인 문자가 도착한다. 전화까지 오게 되자, 스피커 폰으로 모두가 귀를 기울이던 그때 소영의 핸드폰으로 석호가 장난을 친 것을 알게 되자 모두 안도하며 웃는다. 감독은 이 장난을 영화의 서막을 알리는 종소리로 사용한 것 같다. 이때부터 숨길 수 없는 진실들이 쏟아진다. 각자가 숨기려고 했던 사실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며 이들 간에 물리고 물린 이야기가 영화로 빨려 들게 한다. 남들과 몰래 나누는 험담, 밝히고 싶지 않았던 본인의 사생활, 깊게는 분륜 과 동성애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잘 섞었다. 감독은 작품에 '월식'이라는 장치를 이용했다. 월식을 사람의 마음과 비교하며 잠깐은 감출 수 있지만 순간이 지나가면 모습이 드러난다는 뜻을 품은 영화에서 큰 내용을 담고 있다. 극 중 '영배'의 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사람들 앞에서 누구나 떳떳해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비밀은 존재한다. 그 떳떳해 보이는 것이 본인 또는 누구만 알고 있는 비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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