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벗어나 힐링하는 작은 숲 속 생활 이야기
'리틀 포레스트'는 영화의 제목처럼 작은 숲 속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생활하며 기억너머에 자리하고 있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골생활 이야기이다. 영화는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시험에서 떨어진 혜원(김태리)을 도시의 경쟁과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남자 친구와 함께 공무원을 준비했지만 남자 친구만 합격통보를 받고 혜원은 엄마와 함께 지냈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카메라는 엄마와 함께 지내던 혜원의 어린 시절 모습과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머니의 감정을 이해하는 현재의 시점이 교차된다. 마치 그때의 엄마가 되어 요리하며 시골생활을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과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고 힐링되는 느낌 때문에 시골생활이나 귀농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잠시 동안만이라도 지쳐있던 내가 치유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계절의 멋과 맛깔스러운 음식
시골에서 1년의 시간을 보내며 사계절의 멋, 대한민국 대자연의 영상미와 낮과 밤까지 고루고루 담아낸 카메라의 시선들은 인스타그램에 담고 싶은 배경으로도 손색이 없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요리이다. 본인이 직접 뽑아 끓인 배추 된장국과 뜨끈한 수제비를 표현한 시각과 청각은 다른 오감을 자극한다. 아름다워서 먹기조차 아까운 꽃 파스타와 당장이라도 들이키고 싶은 식혜 막걸리 등을 보면 음식에 자연 그대로를 레시피로 넣었다. 그밖에 아카시아 튀김과 쑥갓 튀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지는 오이 냉콩국수, 엄마와 연결고리인 말린 곶감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가장 의문이 드는 장면은 오코노미야끼였다. 한국적인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등장한 일본의 오코노미야끼를 보고 살짝 당황했다. 알고 보니 원작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하니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또 한 가지, 독특한 사실은 임순례 감독이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음식은 육류가 없는 채식 위주의 요리라는 것이다. 자연과 생명에 진심인 감독이기에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영화를 보는 것도 흥미 있을 거 같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의 끝판왕, 김태리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한국의 자연과 음식으로 힐링 에너지를 발산한다. 혜원 엄마 역의 문소리와 혜원의 친구, 은숙을 연기한 진기주 역시 훌륭한 연기력으로 영화를 차분하면서도 잔잔하게 만든다. 이미 연기력을 검증받고 최고의 주가를 찍은 류준열의 시골청년 역할도 흥미 있는 부분이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연기 천재 김태리는 이번 역할에서도 배역에 맞는 적절한 연기를 소화해냈다. 화려하거나 스케일이 큰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2018년 제2회 신필름 예술영화제 최은희 배우상과 제18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여자배우상, 제13회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연기상 등을 수상하였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배우이기에 모든 작품을 찾아보고 있지만 리틀 포레스트만큼 힐링이 되는 영화는 없는 것 같다.
시골생활을 통해 잊고 있던 나를 찾아가는 과정
일본 만화가 원작인 '리틀 포레스트'는 먼저 일본에서 영화로 개봉되었다. 일본판은 다양한 요리 레시피와 섬세한 음식 표현을 집중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반면, 한국판은 시골 사람들과 나누는 정과 잊고 있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인물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를 관람한 대중들의 일부는 현실도피에 대한 환상이라고도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 임순례 감독은 디테일한 표현이나 인물의 감정 변화에 더 신경 쓴 것 같다.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커서 마치 내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에서 수확한 음식으로 요리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받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가 모두 끝난 후에 밀려오는 달콤한 잔잔함에 현타가 올 수도 있다는 건 말할 수 있는 비밀이다. 이렇게 살기 위해선 경제적 여유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원하는 삶이지만 비현실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삶이라 생각되지만, 그만큼 포기해야 할 것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힐링하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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