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면서도 모두가 진심인 부녀의 레슬링, 당갈
젊은 시절 인도 레슬링 대표 선수로 활동하며 금메달을 꿈꿨던 청년이 있다. 주인공 '마하비르 싱 포갓'은 질책을 받으며 오랫동안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이 이룰 수 있을 거라 다짐한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들을 낳지 못하자 동네 사람들은 아들 낳는 여러 방법을 알려주기에 이른다. 그의 바람처럼 모든 사람들이 아들을 원했지만 결국 네 번의 출산을 통해 모두 딸을 얻고 만다. 아들을 얻지 못해 꿈을 이루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포기할 때 즈음 첫째 딸 '기타'와 둘째 딸 '바 비타'가 때린 사내아이들을 보고 희망을 발견한다. 첫째와 둘째 딸에게서 남다른 능력을 확인한 그는 두 딸들에게서 금메달의 꿈을 이루려 한다. 한국처럼 인도 역시 여성들이 가사를 많이 돕기에 그날 이후로 집에서 일하는 것을 멈추게 하고 레슬링을 배우게 한다. 그날부터 레슬링 훈련이 시작되지만 두 딸들이 좋아할 리 없다. 큰 딸의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며 훈련을 하지 않아 크게 화난 아버지를 보며 딸들은 그를 원망한다.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두 딸들에게 결혼한 친구는 부럽다는 뜻밖에 이야기를 한다. 딸이 태어나면 요리와 청소나 가르치고 열네 살이 되면 시집을 보내는 인도 사회를 꼬집으며 진정 딸들을 자식으로 생각하고 너희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건 아버지라고 말한다. 친구는 아버지가 온 세상과 싸우고 있다며 두 딸을 위로한다. 이후, 마음을 다지고 훈련을 견뎌내며 큰 딸 기타가 드디어 지역 경기에 참가한다. 비록 경기에서 졌지만 최선을 다 한 기타는 패배를 발판 삼아 더욱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며 지역 레슬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 각 종 대회를 석권하며 인도의 국가대표가 되고 만다. 합숙훈련을 하는 선수촌에서 배운 기술과 아버지가 가르쳐 준 기술의 갈등으로 영화는 무르익으며, 결국 첫째 딸 기타는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다. 금메달을 차지한 기타에게 아버지는 '네가 자랑스럽다'며 최고의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흥미 있는 요소들과 '아미르 칸'의 도전
부녀의 레슬링 성장기를 보여주는 당갈은 곳곳에 유쾌하면서도 흥미 있는 요소들이 있다. 더불어 인도를 빛낸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기에 배우와 제작자들의 진심도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있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당갈의 주제 음악이다. "당갈~ 당갈~" 귀에 꽂히는 음이 머리를 맴돌며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 개봉 이후, 영화 음악 조회수는 7800만 회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레슬링이라는 주제가 지루하거나 진지할 수 있으나 유쾌한 음악과 재미있는 영상들을 중간에 넣어 관객의 흥미를 유도했기에 영화 보는 시간이 즐겁고 재미있다. 아버지의 역할을 맡은 '아미르 칸'의 제작을 위한 도전 이야기도 알게 되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아미르 칸은 영화 완성도를 고려하여 살찐 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몸을 불려 마지막 부분을 먼저 촬영했다. 혹독한 식단관리와 레슬링 선수 시절의 모습을 위해 엄청난 운동량을 소화해냈다. 세 얼간이로 '아미르 칸'은 유쾌한 이미지로 이름을 알렸으나 당갈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역할과 노력이 가능한 배우로 거듭나게 되었다.
소외되고 차별받는 여성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
영화 '당갈'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인도 '마하비르 싱 포갓'의 가족 이야기이자, 편견과 싸워낸 인도의 첫 여성 레슬링 금메달 리스트의 삶이 담겨있다. 인도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지켜보며 우리나라와 많이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면 여성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로 뛰면서 겪는 소외감과 차별, 자식을 둔 어머니로서의 삶을 극복하고 경기보다 더 큰 벽과 싸움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도의 영화 '당갈' 역시 비슷한 느낌이다. 결혼식을 한 기타의 친구가 남긴 말은 작가와 감독이 이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그만큼 변화를 갈망하는 사회를 대변하고 있으며 여성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부장적 사회로 인해 여성은 '안사람', 남성은 '바깥사람'이라는 말도 있었으며, 여성을 '집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현재 여성들은 남들 못지않은 실력과 재능으로 학력을 갖추고 각 분야에서 남성보다 유리한 직업은 더욱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렇게 일하며 아이를 키우고 경력 단절이 되지 않기 위해 사회와 맞서 싸운다. 당갈이 다소 예전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그러한 시절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어 사회도 더불어 발전했으면 한다. 영화 처음만 보면 본인이 이루지 못한 금메달의 꿈을 이루려는 아버지의 모습이 조금은 불편하고 답답해 보일 수 있겠으나 그 과정과 노력은 자식들 못지않게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고 있는지 부녀를 통해 알 수 있다. 영화적 요소를 위해 일부 미화되긴 했지만 편견과 맞서 싸우고 금메달 이상의 사회의식을 바꾸고자 한 '마하비르 싱 포갓'의 가족들과 영화를 제작한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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