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으로 성큼 다가와 버린 영화, Nerve
2017년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했던 독특한 영화가 있다. 바로 Nerve라는 헨리 유스트 감독의 영화이다. 소제가 독특해서 끌렸던 영화인데 5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충분히 일상생활에 근접한 영화라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든다. 영화의 시작은 대학 입학을 앞둔 소심한 성격의 주인공 비(에마 로버츠)가 친구 시드니에게 '너브'라는 게임을 추천받는다. 너브는 미션을 수행하는 player와 그들에게 배팅을 하는 watcher로 나누어져 있는 비밀사이트에서 진행되는 24시간 라이브 게임이다. 친구 시드니는 이 너브에서 player로 활동하고 있다. 시드니가 watcher들에게 받은 미션은 비정상적이고 온갖 튀는 행동들로 가득하다. 시드니는 비가 JP라는 남자를 짝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다가가 그 사실을 알리며 설레발을 친다. 결국 상처를 받고 열받은 비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너브의 player로 등록한다. 그녀의 첫 번째 미션은 '모르는 사람과 키스하기'로 비는 다소 머뭇거리긴 했지만 가까스로 미션에 성공한다. 알고 보니, 키스를 한 상대 이안 역시 비를 상대로 미션을 수행했으며, 이들은 함께 주어진 아슬아슬한 미션들도 성공하게 된다.
사람들의 관심과 돈의 늪에 빠진 player와 watcher
영화를 보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이게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의 미션들이 생겨난다 물론 관객들 역시 저 정도 미션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도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공감으로 접근하게 되는 거 같다. 배팅을 하지는 않지만 마치 너브의 watcher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감독은 자연스럽게 그 늪을 표현한다. 나도 모르게 정의와 도덕성, 인간관계 등의 사회적 테두리보다 사람들의 관심과 돈, 호기심을 표현하며 관객들을 카메라 안으로 빨려 들어오게 한다. 그 끝은 어디인지 무엇이 있는지 상당히 궁금했다. 전달되는 과정 역시 기대를 많이 했다. 다른 영화들을 보면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버린 판의 끝은 대부분 극단적이거나 허무했기 때문에 더욱 기대했던 부분이다. 너브는 player와 watcher의 위험성을 다루지만 접근은 무겁지 않고 상당히 자연스럽다. 때문에 재미로 보다 보면 일부 현실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생기기 마련인데 감독은 철저히 감성도 챙기면서 전달할 메시지도 잘 준비해 넣었다. 다행히 너브는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의 결론을 이끌어줘서 개인적으로 감탄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모두 본인이 player 또는 watcher의 입장이 되어 세상을 지켜봤으리라 생각 든다. 그것만으로도 감독이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룬 작품이 아닐까 싶다.
현실의 문제와 그 심각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
영화가 개봉한 지 벌써 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 봐도 공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영화이다. 감독은 현실의 문제와 심각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돈과 관심 때문에 목숨까지 거는 세상이 되고 삶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보며 미래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고 있는 오늘날의 현주소이다. 영화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많이 닮은 거 같다. 10대들은 SNS 스타를 꿈꾸며 유튜브, 아프리카 TV, 틱톡 등을 어릴 적부터 접하며 성장한다. 미래에 대한 꿈이 SNS 스타라고 말할 정도로 세상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세상이 점점 빨라지고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하다 보니, 스마트 폰이나 영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단순히 스마트 폰과 영상에 대한 의존도가 문제보다 그러한 소비자들로 인해 돈을 벌고 있는 새로운 사회문화를 지적하고 싶다. 진짜와 가짜가 구분되지 않고 광고와 돈을 위해서 예의와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영화의 내용이 지금도 어디선가 충분히 일어날만한 일이고 앞으로 충분히 일어나지 않을 거라 확실할 수 없기 때문에 작품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영화이기 때문에 결론이 생각보다 부드럽고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뒤엔 더 무서운 우리의 현실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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