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거운 무게를 짊어진 삶, 행복 목욕탕
'행복'이라는 단어는 누구나에게나 평등한 거 같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꿈꾸며 살지만 삶의 무게를 행복으로 줄일 순 없다.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말을 흔히 한다. 어쩌면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단어를 마치 손에 잡힐 듯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불행은 혼자 다니는 법이 없다. 불행은 바람처럼 몰려다니기를 좋아한다. 가출해 버린 철부지 남편과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딸, 바람난 철부지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낳아 데려온 아이가 한 공간에 있다. '행복 목욕탕'이라는 간판을 달고 이어가기 버거운 남루한 가업에 췌장암 말기의 병든 몸이 함께 한다. 이것이 바로 '후타바' 여사의 현실이다.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가 후타바의 가녀린 어깨를 짓누른다. 씨앗처럼 까맣게 타버린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 아줌마, 후타바 여사는 무너지지 않는다. 주저 않지 않는다. 당당하게 씩씩하게 삶에 맞선다. 죽음에 맞선다. 그 죽음이라는 무게를 행복으로 견뎌낸다.
"나는 좀 더 살아보겠다고 삶에서 의미를 잃는 건 싫어" 나직하고 담백하게 읊조리는 후타바의 독백은 비장하지 않아서 더 깊이 박힌다. 행복 목욕탕은 무리한 행복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크기보다 그 사람에게 얼마만큼 받아들여지는지 더 중요한 거 같다. 영화를 보며 답답함에 화가 나고 욕도 나오지만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거 같다. 비참함에 모든 것을 내려놓다 보면 나 자신도 놓아버릴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본인을 놓지 않으려면 기댈 곳 없는 공간에서 본인을 강하게 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원수마저 사랑하는 아가페 정신이 생각날 정도로 후타바의 모습은 뭉클하면서도 짠하다.
불안정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둥
영화의 주인공 '후타마'는 온전하지 않은 가정을 책임지고 남편을 대신해 가족의 기둥 역할을 한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즈미'의 아침밥을 챙겨주고 '후타마'는 출근을 한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런 아즈미를 괴롭힌다. 어느 날 후타 마는 업무 중 쓰러지고 만다. 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아보는데 충격적인 결과와 마주하게 된다. 췌장암 4기 말기 판정을 받는다. 한편, 탐정에게 의뢰해 남편 '카즈히로'의 은신처를 알아낸 후타바는 바로 그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철부지인 카즈히로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아즈미가 집으로 돌아와서 1년 만에 아빠를 만나게 된다. 덤으로 다른 여자와의 이복 딸을 동생으로 데려온다. 아즈미에게 카즈히로는 어쩔 수 없었던 지난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만 전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카즈히로가 돌아오고 이 집에서 원래 하던 목욕탕 장사를 재개하기로 한다. 청소도 하고 전단지도 돌리며 차근차근 영업준비를 마쳐간다. 그렇게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카즈히로는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조금씩 깨닫는다. 여전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즈미는 체육시간에 친구들이 교복을 훔쳐간다. 이 일로 아즈미는 등교마저 거부한다. 엄마 '후타마'는 그런 일이 생기면 도망치지 말고 맞서야 한다고 강력히 말한다. 결국 아즈미는 학교에 가서 속옷 차림으로 학생들에게 당당히 교복을 돌려줄 것을 이야기한다. 아즈미의 이복동생, '아유코' 역시 혼란스러운 가정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을 떠난다. 후타바는 아유코의 마음까지 헤아리며 가족을 이끌어 간다.
불행한 그녀의 마지막 여정이 남긴 교훈
목욕탕을 카즈히로에게 맡기고 세 모녀는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아무 의미 없이 삶을 살고 있는 젊은 청년 '타쿠미'를 만난다. 그는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이 사는 그에게 후타 마는 남아도는 시간에 휘둘렸다며 그를 위해 조언을 남긴다. 그는 그녀의 조언으로 여행 계획을 구체화하며 떠난다. 후타 마는 점점 몸이 좋지 않음을 느낀다. 한편, 다음날 키다리 게를 먹기 위해 식당을 찾는다. 맛있게 먹고 종업원의 뺨을 느닷없이 친다. 알고 보니, 이 종업원은 아즈미의 친모였다.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 후타 마는 혼란스러운 아즈미를 달랜다. 이처럼 후타 마는 시한부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원래 모습을 되찾는데 최선을 다한다. 원수 같은 남편을 두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상황 같아 보이지만 후타미는 친 딸도 아닌 두 아이를 지극히 돌본다. 영화는 그렇게 불행했던 그녀의 마지막 여정을 통해 교훈을 준다. 정말 이렇게 불쌍할 수 있나 싶기도 하다. 모든 고통과 불행을 혼자 감당하면서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다.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너무도 불행하지만 마지막까지 가족의 행복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택한 후타 마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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