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비 스토리

기대고 싶지만 스스로 거부하는 영화 미스 스티븐스(Miss Stevens, 2019)

by 김 작가님 2022. 11. 1.
반응형

하이틴 스타 티모시 샬라메라의 위력과 인기

티모니 샬라메라 추천영화, 미스 스티븐스(Miss Stevens, 2019)
영화 미스 스티븐스(Miss Stevens, 2019)

2016년에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가 뒤늦게 한국에 소개될 수 있었던 것에는 '티모시 샬라메라'라는 하이틴 스타의 위력과 인기가 배경에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 '미스 스티븐스'는 결코 하이틴 스타의 이미지만을 소비하는 얄팍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잘 숙성된 와인처럼 향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수작이라는 건 아니다. 그래도 볼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대단한 발견이나 성취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여운을 남기는 정도의 영화이며 '티모시 샬라메라'라는 될 성 부른 나무의 떡잎을 관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20살도 안된 배우가 보여주는 깊이와 재능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이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전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상큼한 외모와 나이를 가진 이들이지만 영화는 침울한 분위기를 내내 유지하고 있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외로움과 약함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선생님 '미스 스티븐스'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하고 미숙한 존재이다. 사회적인 역할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다를 뿐이지 어른도 항상 미숙하고 늘 가까스로 견뎌나간다.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하고 있다. 10대 소년, 소녀들 뿐 아니라 20대, 나아가서는 30대 사람들도 아직 한 없이 어리고 불안하다는 것과 여전히 약하고 외롭고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기대라고 말하지만 타인에게 그렇게 쉽게 기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안다. 기댈 수 있는 타인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반응형

레이첼에게 묻어나는 고독과 외로움

주인공 '레이첼', 미스 스티븐스는 홀로 연극을 본다. 감동받은 스티븐스는 홀로 눈물을 삼키고 집으로 와서 소파에 앉아 맥주를 한 잔 마신다. 스티븐스는 어딘지 모르게 지쳐 보인다. 말할 수 없는 고독과 외로움이 그녀를 감싸고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미스 스티븐스, 그리고 카메라는 수업에 집중하는 마고와 스티븐스에게 집중하는 빌리를 보여준다. 소설의 결말에 대해 스티븐스의 감상을 궁금해하는 빌리에게 당황하지만 어른답고 능숙하게 넘긴다. 빌리가 과연 '위대한 게츠비'를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는 얼른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런 스티븐스에게 재미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주말에 있는 연극 대회에 아무도 학생들을 인솔하려 하지 않는다. 스티븐스는 배우를 꿈꾸었을 정도로 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게 미스 스티븐스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빌리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숨기지 않는 샘, 어쩐지 모범생의 전형 같은 모습의 마고와 함께 연극 대회를 가게 된다. 주말에 학생들과 떠나는 작은 여행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여행에서 캐릭터들의 성격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늦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마고와 스티븐스에게만 관심을 주는 빌리, 수다에 여념이 없는 샘, 그리고 미스 스티븐스는 자동차의 경고등을 무시하고 달리다가 그만 타이어가 펑크 나는 사고를 당한다. 자동차는 분명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걸 빌리가 지적했다. 빌리는 문제를 파악하고 지적해준다. 스티븐스는 거절했고 타이어는 터졌다. 타이어가 터지고 나서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깨닫는다. 아이들을 태우고 가면서 자동차 경고등을 무시한 것이다. 문제가 있는 차량에 학생을 태웠다는 사실에 마고는 경악한다. 어차피 늦은 거 타이어를 고치고 가자고 주장하는 빌리의 말에 스티븐스는 스페어타이어로 임시로 교체한 후, 다시 달려 나간다. 여전히 경고는 유효하다. 스페어타이어로 너무 오래 달리지는 말라는 것과 같다. 예상치 못한 사고처럼 스페어타이어로 달릴 잠깐의 거리처럼 이들의 여행도 일상 속에 일어난 작은 해프닝이다. 계속해서 자책하고 어딘지 여유가 없어 보이는 미스 스티븐스, 그녀는 미숙한 사람이다. 아이들의 앞에서 허점을 계속 노출할 정도고 아이들도 미스 스티븐스를 불안하게 여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스 스티븐스는 어른이기 때문에 이들을 책임져야 한다. 그 와중에 음악은 나오고 마고는 옛날 노래 듣는다고 불평하지만 빌리는 스티븐스가 듣는 노래를 알고 또 좋아한다. 이들이 듣는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적신다. 타이어로 늦었지만 약속한 장소에 드디어 도착했다. 미스 스티븐스는 과거에 있었던 연극 경험을 들려준다. 키도 크고 엉덩이도 작아서 남자 역할을 자주 했다는 것과 학부모들도 잔뜩 온 무대에서 상대 역할의 여자아이가 진짜로 키스를 해버렸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교장실로 불려 갔지만 미스 스티븐스는 그 아이 탓을 하지 않고 지켜줄 줄 아는 속 깊은 아이였다. 스티븐스의 이야기를 듣는 빌리와 마고 앞에서 샘의 표정까지 모두 제각기 달랐다.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영화는 묘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빌리와 미스 스티븐스의 관계에서 그렇다. 

슬픔과 외로움을 견디는 이야기

학생들을 데리고 온 연극 대회에서 그것도 첫날, 처음 만난 다른 학교 남자 교사의 방으로 가서 그에게 안긴다. 그리고 가만히 그 남자를 보다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 웃음이 어쩌면 울음일지도 모르는 그 웃음이 한없이 처량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그리워서 사람과 사랑을 나누지만 그럼에도 외로움은 가시지 않고 남은 것은 자신의 처지를 향한 조소에 불과했다. 사건은 계속해서 터진다. 연극 무대에서 첫 순서로 나간 마고는 긴장감에 대사를 전부 잊어버리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스티븐스가 곧장 따라붙지만 마고는 의외로 담담하다. 연기에 재능은 없지만 연극은 좋아하는 마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마고는 잘 알고 자신이 당한 망신도 스스로 수습할 줄 안다. 반면 스티븐스는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 다시 한번 지난번에 만난 남자의 방으로 가지만 그는 스티븐스를 거부한다. 그리고 스티븐스는 멋대로 방으로 들어오는 빌리와 마주한다.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서 방방 뛰는 빌리와 그를 내보내려는 스티븐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돈다. 어쩌면 빌리의 마음은 스티븐스가 만난 남교사가 말한 것처럼 매력적인 여교사를 향한 동경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다. 빌리는 스티븐스에게서 슬픔과 외로움을 읽었다. 그리고 빌리는 스티븐스에게 자신이 어떻게 하면 당신을 웃게 만들 수 있는지 알지만 당신이 그럴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빌리가 미스 스티븐스를 레이첼이라고 불렀을 때 샘도 마고도 크게 놀랐지만 미스 스티븐스는 표정관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놀란다. 미스 스티븐스로 살면서 자신을 감추고 있는 자신에게 빌리가 레이첼의 삶을 보이는 게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스티븐스를 연기한 '릴리 레이브'는 정말 섬세한 표현을 보여준다. 결국 스티븐스는 빌리와 함께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녀가 가장 편안해 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게 아주 조금이지만 레이첼은 마음을 열어놓는다. 빌리는 불안 증세를 보이는 친구이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스티븐스에게 기대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영화 말미에 알게 된다. 결국 스티븐스의 마음은 방문처럼 열리지만 그녀의 모든 것을 드러내진 않는다. 명확한 마무리는 아니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서 영화가 영화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모두는 상호작용을 하고 서로 기대고 싶어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위로받기를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처럼 외면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