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그에게 피아노는 중요하지 않다. 전쟁에서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죽지 않으려 자신의 꿈이었던 피아노를 연주한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그의 연주를 적군 장교가 집중하며 듣는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는 주인공, 스필만은 어디서 들려오는 굉음의 소리에 놀란다. 곧 라디오 방송국까지 피해를 입게 되고 독일이 폴란드 침공을 시작했다. 황급히 대피하는 도중 친구 유렉의 동생, 도로타를 만나게 된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에 가족들은 피신 준비가 한창이다. 그때 들려오는 영국 라디오 방송에선 '영국과 프랑스가 나치에 선전 포고했다. 폴란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라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기뻐한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아무런 지원도 없었고 결국 폴란드는 17일 만에 독일에게 점령당하고 만다. 독일은 유대인에게 말도 안 되는 차별정책을 시작하게 된다. 유대인은 많은 돈을 소지할 수 없으며 가게들은 대놓고 유대인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심지어 유대인 표식이 달린 완장까지 차야했다. 게다가 유대인은 인도로 걷지도 못하고 도랑으로 길을 걸어야 했다. 유대인들의 돈은 부족해져 갔고 '게토'라는 유대인 거주지를 만들어 40만에 육박하는 인원을 강제 이주시켜버린다. 그러다 주인공 스필만은 도로타를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 호감이 있었지만 전쟁이란 현실에 다시 만날 기약 없이 둘은 헤어진다. 유대인이 도망갈 수 없게 외벽까지 쌓아 올린 치밀함과 인간의 존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독일군의 횡포에 유대인은 조롱거리가 되어야 했다. 갈수록 굶주림에 시달려 길거리에는 시체가 가득했고 그런 극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일을 하며 스필만은 가족들의 생계까지 책임졌다.
유대인에게 지옥과 같은 삶을 살게한 독일군의 만행
독일군의 만행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고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차마 그들에게 자비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대인들은 게토에서 벗어나 다른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고 노인과 환자 어린이 등 약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기차를 타기 직전 친구의 이작은 스필만을 빼내 도망가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이제 게토에는 소수의 젊은 유대인만 남아 지옥과 같은 삶을 산다.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죽을 때까지 매를 맞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속에 스필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인생을 무기력하게 끝내고 싶지 않았던 스필만은 동료에게 도움을 구하게 되고 그로 인해 탈출에 성공하여 예전에 활동했던 지인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스필만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고 음식, 옷, 피신처까지 마련해 주었다. 잠시나마 휴식을 취한다. 자신이 탈출한 게토 안에서는 수용소로 가느니 투항하며 싸우겠다며 유대인 봉기를 일으킨다. 그들은 소수의 무기와 화염병이 전부였다. 얼마 가지 못해 한 달 만에 제압되고 남은 유대인들은 전부 처형당한다. 그 관경을 전부 지켜본 스필만은 깊은 고뇌에 빠진다. 유대인 봉기 이후 또 다른 봉기를 막기 위해 집 곳곳마다 수색 중이었고 자기를 도와준 지인들마저 붙잡힌 상황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스필만은 거처에 숨어 있는 게 안전하다 판단하고 남기로 한다. 하지만 먹을 것이 점점 떨어져 가고 결국 그만 실수로 접시를 깨뜨린다. 수상함을 느낀 이웃집 부인은 그를 추궁하게 되고 궁지에 몰린 스필만은 그 자리에서 도망친다. 도망자 신세가 된 스필만은 자기를 도와준 지인이 위급할 때 찾아가라는 주소지로 이동한다. 그곳은 친구의 동생, 도로타의 집이었다. 다시 만난 그녀는 결혼과 임신까지 한 상태였지만 도움이 절실했다. 도로타의 남편으로부터 두 번째 거처를 마련해 주었고 지인 안테를 소개받아 음식 조달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그는 돈을 가지고 도망가 버렸고 계속된 굶주림 때문에 영양실조까지 걸려 죽을 고비도 있었지만 도로타 부인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1944년 8월 1일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독립 무장세력이 그날 움직였다. 두 달 동안 이어진 이 전투에서 바르샤바의 85% 건물들이 파괴된다. 스필만 거처도 무사하지 못했다.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피신하며 남아있는 음식을 먹으며 허기를 달래 본다. 점점 좁혀오는 독일군들의 압박에 자신이 도망쳤던 게토로 다시 도망가게 된다.
통조림 캔보다 못한 피아노
그는 이제 꿈도 희망도 없는 폐허가 된 이곳에서 살 궁리를 한다. 빈집을 뒤지고 뒤져서 찾은 피클 통조림 한 통을 열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버리는데 그 앞에 독일 장교가 서 있다. 신상에 대한 이야기와 숨 막히는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가 피아니스트였다는 사실을 안 장교는 스필만에게 피아노를 쳐보라고 한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연주를 시작한다. 비통한 전쟁터 속에서 그의 연주는 독일인, 유대인 관계없이 가슴속 깊이 울려 퍼진다. 독일 장교는 인간대 인간으로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었지만 예술가로서 인정하고 음식까지 챙겨주며 그를 응원한다. 계속된 동부전선 패배로 독일군은 폴란드 철수를 결정한다. 철수하기 전 독일 장교, 빌름 호젠펠트는 스필만에게 빵과 코트를 넘겨주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난다. 폴란드 국가가 울리고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한 스필만은 밖으로 나갔고 독일군 코트를 입은 그를 공격하는 폴란드 군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전쟁은 끝났고 포로가 되어 스필만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호젠펠트의 소식을 듣고 스필만이 찾아오지만 그 장소는 이미 벌판이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블라덱 스필만은 2000년 7월 6일까지 바르샤바에서 살다가 88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통조림 캔보다 못한 피아노 앞에서 예술가이기 전 , 한 인간으로서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준 스필만의 이야기가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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