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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스토리

가족의 의미를 찾는 시간, 영화 어느 가족(Shoplifters, 2018)

by 김 작가님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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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이지 않을 거 같은 가족애
영화 어느 가족(Shoplifters, 2018)

모든 사람들이 서로 남남인 사이

영화는 추운 겨울 밖에서 떨고 있는 어린 소녀, 그 소녀를 집에 데리고 오면서 일어나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이다. 두 남자가 마트에 들어서서 신호를 주고받고 행운의 주문을 외우면 작전 성공이다. 그들은 매번 이런 식으로 생필품을 얻곤 한다. 꽤나 합이 잘 맞는 듯한 두 남자는 '쇼타'와 오사무'이다. 그날 밤 그들은 집에 가는 길에 한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항상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소녀 '유리'이다. 집에 데려와 가족들은 유리에게 밥을 먹이고 집에 데려다 주기로 한다. 그렇게 집 앞에 유리와 도착했는데 의도치 않게 유리의 사정을 알게 된다. 결국, 유리를 데리고 온다. '오사무'와 가족인 '노부요'는 아침부터 일을 나간다. 그 시각 할머니 '하츠에'는 유리에 팔에 있는 상처를 치료해 준다. 상처에 원인은 아마 가정폭력 때문인 것 같다. 쇼타는 유리를 데리고 밖을 구경시켜준다. 그리고 자신의 주특기도 보여준다. 쇼타는 유리를 본인의 비밀 아지트에도 데려가 이야기하며 친해진다. 다음날 '아키'는 할머니 하츠에 와 점심을 먹다 자신이 하고 있는 고소득 알바에 대해 알려준다. 같은 날 오사무는 발을 다쳐 당분간 일을 나갈 수 없는 상태였고 노부요 또한 차질이 생겨 수입이 줄어들었지만 다행히 하츠에의 연금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아키 역시 나름대로 열심히 돈을 벌고 있었다. 한편 거동이 불편한 오사무는 자신을 대신해 유리에게 작전을 지시한다. 다행히 값비싼 낚싯대를 훔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쇼타는 유리와 함께 일하는 것이 방해가 되는 거 같다. 날이 어두워지고 집에 돌아오지 않는 쇼타가 유리는 걱정된다. 오사무는 단 번에 쇼타가 있는 곳을 알아낸다. 사실, 쇼타와 오사무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 남남인 사이였다. 다음날 아침, TV에서 유리가 실종 신고되어 방송에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름도 '유리'가 아닌 '쥬리'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지만 쥬리는 이곳에 남고 싶어 한다. 그렇게 유리는 쥬리에서 린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도 단발로 자른다. 그 시각 오사무와 아키는 집에 남아 있다. 아키는 오사무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한다. 노부요와 관계를 언제 하냐고 묻자 오사무는 서로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보통 돈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고 묻는 아키에게 우린 보통이 아니라고 오사무는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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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유리의 삶을 변화시켜주는 가족

가족들은 린에게 입혀줄 옷을 사러 상점에 가고 예쁜 옷을 골라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집에서 노부요와 린은 목욕을 한다. 그리고 다리미로 생긴 똑같은 상처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날 밤 린이 입고 왔던 옷을 태워버린다. 그해 한 여름, 린이 활기를 되찾은 모습으로 상점에서 주문을 외워본다. 그때 주인 할아버지는 쇼타를 불러 먹을 것을 챙겨주며 여동생에게 이런 일을 시키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며 노부요도 직장동료와 둘 중 한 명이 자진 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밖으로 나와 따로 이야기하며 유리의 존재를 알고 있는 동료에게 비밀을 지켜달라며 어쩔 수 없이 자진퇴사를 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노부요는 오사무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나눈다. 기쁨도 잠시, 아이들이 돌아오고 만다. 그리고 다 함께 바다로 여행을 가기로 한다. 오사무와 쇼타는 바다에서 놀며 친부자처럼 지낸다. 그뿐 아니라, 함께 여행 온 모든 이들이 친 가족처럼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흐르고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들은 장례식을 치를 사정이 안됐기에 노부요는 조금 더 할머니 곁에 있어 주자고 한다. 그 방법은 바로 할머니를 묻어드리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오사무와 노부요는 지난날에 대한 의미 심장한 대화를 나눈다. 한편, 쇼타는 지난 문방구에서 일어났던 일로 인해 도둑질에 회의감을 느낀다. 오사무가 도둑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걸 보며 쇼타는 더욱 혼란스러워한다. 며칠 뒤 다시 찾아간 문방구에는 는 '상중'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고 그 뜻을 쇼타는 알지 못했다. 쇼타는 자신이 했던 도둑질 때문에 가게가 망한 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이제 도둑질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은 쇼타는 린을 이 일에 끌어들이지 않는다. 그때 오빠를 도와주고 싶었던 린이 도둑질을 하자 쇼타는 직원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그러면서 사고로 이어지며 쇼타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다리가 부러지게 된다. 그리고 집으로 사람들이 경찰이 찾아오며 가족들은 붙잡히게 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의 비밀들

심문 도중 사람들이 품고 있던 비밀들이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채 가족 행세를 하며 모여사는 이 수상한 가족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부모한테서 차 안에 버려진 쇼타, 부모의 학대를 받아 온 린, 그리고 폭력을 일삼는 전 남편을 죽인 오사무와 노부요, 전 남편의 가조들로부터 위자료를 받고 있는 하츠에, 마지막으로 그 가족의 큰 딸 가출 소녀 아키까지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들은 누가 봐도 화목한 가족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들이 진짜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는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계속 던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질문은 점점 흐릿해진다. 무엇이 가족이고 무엇이 가족이 아닌가에 대한 해답은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 중요한 건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였으니 말이다. 좁은 방에 모여 앉아 밥을 먹고 밤엔 불꽃놀이를 보며 다 같이 모여서 바다도 보러 가고 힘든 일이 있을 땐 서로 감싸 안으며 위로해 주는 관계, 그들은 유대와 정으로 채워진 관계였다. 그러나 이들이 맺고 있던 공동체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살인, 유괴, 시체유기, 가족행세뿐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의 시선으로 인해 영화는 다시금 우리에게 이들이 과연 가족이 맞는 것인지 질문을 하게 된다. 결국, 노부요는 자발적으로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징역 5년을 받으며 사건은 마무리된다. 시간이 흐르고 집을 다시 찾아간 아키는 좁은 방, 부족했지만 한 편으로는 가득 차 있던 온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쇼타와 오사무는 노부요의 면회를 가게 되는데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쇼타에게 알려준다. 쇼타를 처음 발견하게 된 장소를 알려주게 되는데 그날 밤 쇼타는 오사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다음날 쇼타는 다행히 위탁가정에서 지내게 되고 오사무와 쇼타는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쇼타는 오사무에게 본인이 일부러 잡혔다고 진실을 털어놓는다. 이들 가족에게 쇼타의 행동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지만 가족에 대한 생각과 느낌은 관객에게 맡기는 거 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실제로 일본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상을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하는데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가, 어느 가족이 아니라 진정한 가족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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